우리가 왜 농지에 열광했을까요?

'농막' 짓고 주말마다 바비큐 파티하는 로망, 언젠가 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제 친구 A도 그랬습니다. "애들 뛰어놀 마당 있는 세컨하우스"가 그의 꿈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치명적인 사실 하나를 간과했습니다. 바로 **"농지는 (투자 대상인) 땅이 아니라, (농사를 지어야 하는) 생산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 즉 농사지을 사람만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을 어기는 모든 행위가 바로 농지법 위반입니다.

친구 A는 농지를 살 때 "주말마다 가서 텃밭 가꾸죠, 뭐"라며 '농업경영계획서'를 대충 써냈습니다. 그리고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40대가 가장 많이 걸리는 농지법 위반 유형 TOP 3

경제 활동으로 바쁜 40대들이 농지를 샀을 때, 거의 100% 걸려드는 함정들입니다. 딱 제 친구 A의 레퍼토리였죠.

1. "일단 사두자" (허위 농업경영계획서)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농지를 사려면 '농취증(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한데, 이걸 받으려면 "어떻게 농사지을지" 계획서를 내야 합니다.

대부분 "상추, 고추 심겠다"고 적어내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바쁜 직장인이 매주 가서 농사짓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1년, 2년... 그 땅은 잡초만 무성한 '휴경지'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자경 의무 위반'입니다. 농업경영계획서에 쓴 대로 농사를 짓지 않은 것, 명백한 농지법 위반입니다.

2. "로망을 짓자" (불법 농지 전용)

친구 A가 결정타를 맞은 부분입니다. 그는 농지에 6평(20㎡)까지 허용되는 '농막'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짓다 보니 욕심이 생겼죠.

"이왕 하는 거, 데크도 깔고, 화장실도 만들고, 바닥에 콘크리트도 치자!"

결과는 '농막'이 아닌 '불법 건축물'이었습니다. 농지를 농사 목적이 아닌 주거, 야적, 주차 등의 용도로 무단 사용하는 것. 이것을 '불법 전용'이라고 합니다. 농막 밑에 콘크리트 타설하는 순간, 바로 불법입니다.

3. "월세나 받자" (불법 임대차)

"난 바쁘니까, 그냥 동네 할아버지한테 1년에 쌀 한 가마 받고 농사지으라고 하지, 뭐."

이것도 100% 위반입니다. 농지법상 정해진 사유(고령, 질병 등) 외에는 농지를 타인에게 임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작'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매년 25%"… 걸리면 정말 끝장입니다
친구 A는 결국 지자체의 '농지이용실태조사'에 적발됐습니다.

"선생님, 여기 농사 안 짓고 불법 건축물 지으셨네요. 농지법 위반입니다."

그가 받은 것은 '원상회복 명령'과 '농지 처분의무 통지'였습니다.

"1년 줄 테니, 저 불법 농막 다 부수고 원상 복구한 뒤, 그 땅 남에게 파세요."

A는 버텼습니다. "내가 내 돈 주고 산 땅인데 왜?"

1년 뒤, 진짜 공포가 시작됐습니다. 바로 '이행강제금' 고지서였죠.

이행강제금: (감정평가액 or 공시지가 중 더 높은 금액)의 25%

만약 그 땅의 공시지가가 2억이라면? 매년 5천만 원을 내야 합니다. 언제까지? 원상 복구하고 처분할 때까지, 매년 말입니다.

연봉의 절반 이상을 매년 벌금으로 내야 하는 겁니다. 농테크 하려다 집안 기둥 뿌리 뽑히게 생긴 거죠.

결국 친구 A는 눈물을 머금고 불법 농막을 제 돈 들여 철거하고, 땅을 급매로 내놨습니다. 시세보다 훨씬 싸게요. 투자? 로망? 다 물거품이 되고 빚만 안 떠안으면 다행인 신세가 됐습니다.

40대 투자자에게 드리는 조언

40대 동년배 투자자분들께 진심으로 조언합니다.

농지는 '부동산'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생산 수단'임을 절대 잊지 마십시오. 법의 목적성을 이해하지 못한 투자는 도박과 같습니다.

"내가 직접, 매일 가서 농사지을 것 아니면 쳐다보지도 말자."

이게 제 친구가 수천만 원의 '수업료'를 내고 얻은, 그리고 제가 옆에서 지켜본 뼈아픈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