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벌금인데 해고까지?"… 무서운 '당연퇴직'
우리가 흔히 "공무원은 철밥통"이라고 하죠. 그 '철밥통'을 산산조각 내는 가장 강력한 법적 조치가 바로 '당연퇴직'입니다. 말 그대로, 재판 결과가 확정되는 '즉시' 징계위원회고 뭐고 따질 것 없이 공무원 신분이 자동 박탈되는 겁니다.
물론, 기준은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 (징역형, 금고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당연퇴직입니다.
"어? 그럼 벌금형은 괜찮은 거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범죄, 예를 들어 단순 폭행이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는다면, 자동 해고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물론, 아래에서 다룰 '징계위원회'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딱 두 가지 치명적인 예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공직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는 핵심입니다.
진짜 공포 1: '경제 사범'의 덫, 300만 원
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공무원으로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하여' 횡령이나 배임죄를 저질러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연퇴직 사유가 됩니다. (정확히는 향후 2년간 공무원 재임용이 금지되는 결격사유에 해당)
이게 왜 무서울까요?
제조업을 하는 제 지인은 법인카드로 골프 치고 200만 원 접대비 썼다가 세무조사에서 걸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일이지만, 자기 회사 돈이고 세금 더 내고 끝났죠.
하지만 공무원은 다릅니다. 공무원이 다루는 돈은 '내 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입니다.
300만 원. 사업하는 사람에겐 하룻밤 술값일 수도 있는 이 돈이, 공무원에게는 '공직자로서의 신뢰'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입니다. 300만 원의 벌금형이 나왔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공적 자산을 다룰 자격이 없음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입니다.
이는 '경제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공직 사회에서 가장 치명적인 낙인입니다. 제 시각으로 볼 때, 이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공공 경제 시스템에서 불량품을 즉시 퇴출'**시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진짜 공포 2: '도덕성'의 덫, 100만 원
두 번째 예외는 더 강력합니다. 바로 '성범죄'입니다.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을 위반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그 즉시 당연퇴직입니다.
여기엔 '직무와 관련하여' 같은 단서도 없습니다. 직무와 상관없이, 사적으로 저지른 성범죄라 할지라도 '100만 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액수의 벌금형만 확정되면 바로 짐 싸서 나가야 합니다.
이는 공직 사회에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을 법제화한 것입니다. 국민을 상대로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액수와 상관없이 자격이 없다고 보는 '무관용 원칙'입니다.
"자동 해고는 면했는데요?"… 끝나지 않은 공포, '징계위원회'
자, 그럼 아까 말한 '단순 폭행'이나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 원을 받은 공무원은 어떻게 될까요? 300만 원/100만 원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니 안심일까요?
천만에요.
형사 처벌(벌금)과 별개로, 공무원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반드시 **'징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사기업이라면 사장이 "다음부턴 조심해"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공무원은 법과 규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됩니다.
파면 / 해임: 밥줄이 끊기는 중징계 (퇴직금 등에서 엄청난 불이익)
강등 / 정직: 몇 달간 월급 없이 출근 정지
감봉 / 견책: 월급이 깎이거나 경고
즉, 당연퇴직을 면했더라도 음주운전 벌금 한 번에 '정직 3개월'이나 '감봉' 처분을 받고, 이는 평생 승진에 꼬리표로 따라붙습니다.
공직의 무게는 '경제적 신뢰'의 무게
결론적으로, 40대 가장으로서, 또 경제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이 현상을 이렇게 봅니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성(철밥통)'의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쌉니다. 그 '경제적 안정성'의 대가로, 사기업 직원보다 **훨씬 더 무거운 법적, 도덕적 책임을 '담보'**로 잡히는 것입니다.
공무원 벌금형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돈을 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민과의 신뢰 계약'을 파기했다는 낙인이자, 그 대가로 가장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통째로 잃을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이기 때문입니다.